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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5. 01:29 CSE
 

  
컴퓨터공학이 여전히 매력적인 학문이고 직업인 이유 
- 김중태 (김중태문화원 원장. www.dal.kr)        


      
  
- 이공계의 위기는 없지만 인기도 없다.      


1984년에 학력고사 세대로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자 신입생환영회가 열렸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국문과에 들어온 이유와 다짐을 밝히기 시작하는데, 내 동기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비록 원해서 들어온 과는 아니지만' '1지망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말이다. 경영과 등을 지원했는데 성적에 밀려 2지망으로 국문과에 합격하거나 일단 합격부터 하고 보자는 눈치작전에 의해 지원한 친구들이 많았다. 나처럼 '정말 원하던 과에 들어와서 기뻐요'라고 말을 한 친구는 많지 않았다. 그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교수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결국 1학기 안에 자퇴를 한 친구도 몇 명 생겼다.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이 인문학의 기본이라고 떠들지만 80년대 초반부터 이미 비인기학과로 외면받고 있었다. 졸업 후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반면 당시 서울 소재 대학의 이공계는 본인만 원하면 4년 동안 기업이 주는 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을 다닐 수 있었고,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했던 인기 학과들이었다.      


그러던 이공계가 '이공계의 위기'라는 말을 꺼내고 있다. 이 말은 학과 정원이 미달될 정도로 인기 없고, 그나마 들어온 학생들도 예전에 비하면 덜 똑똑하며, 교수에 대한 대우도 나빠지고 그에 따라 교수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그 이유로는 졸업 후 들어간 직장에서 받는 대우가 과거에 비해 형편 없이 나빠져 경제적으로 풍요하지 않으며, 퇴직 후 진로도 막막하다는 사실을 바탕에 깔고 있다. '낙하산 인사, 형편 없는 예산, 낡은 기자재, 연구원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여러 가지 이유도 있지만 이는 부차적으로 늘어놓는 이유에 불과하다. 이공계만 졸업하면 무조건 신입부터 억대 연봉이라는 조건을 제시한다면 똑똑하다는 학생들이 서로 입학하겠다고 난리를 필 것이 뻔하며, 낙하산 인사며 연구원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은 술안주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저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까 봐 눈치 보고 입조심 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공계의 위기'란 말은 잘 나가던 과거에 대한 추억과 요즘 현실에 대한 아쉬움, 앞으로 좀더 대접받기 위한 전략 등이 섞여 있는 말인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학문도 돈의 논리에 의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국문학과의 위기가 없는 것처럼 이공계의 위기도 없다. 국문과의 인기가 없던 것처럼 이공계의 인기가 없는 것 뿐이다. 국문과 출신이 졸업 후 경제적 문제를 걱정했던 것처럼 이제는 이공계 출신도 졸업 후 진로를 걱정하게 된 것이다.      


      
  
- 국제화 된 기준 때문에 국내 이공계 출신이 설 자리가 줄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공계가 푸대접 받는 문제의 해결책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본주의 원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 전기회로 설계인력이나 프로그래머가 남아돌면 인건비가 떨어지고, 인건비가 떨어지면 신규 인력이 준다. 인력이 줄면서 개발자가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시장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공급 부족에 따라 개발자의 인건비가 올라가는 선택을 한다면 다시 개발자로 진출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한 예로 요즘 주변에서 웹개발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사장님을 많이 보는데 그 이유는 연봉이 적어서다. 연봉 1억 원을 내걸면 당장 고급 개발자가 줄을 설 것이다. 원하는 것은 고급 수준이면서 연봉은 삼 천만 원만 주려니 제대로 된 웹개발자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돈만 많이 주면 국내 고급 개발자는 물론이고 해외의 스타 개발자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그것이 자본주의다. 좋은 인력 구하려면 많은 연봉을 줄 생각을 해야 하고, 연봉을 많이 줄 수 없다면 연봉 수준에 맞는 하급 인력을 쓸 생각을 해야 한다.      


고급 인력을 저임금으로 쓰겠다는 것은 욕심인데, 이런 욕심이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경우 착취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내 주변에서 이직한 몇 사람은 박봉의 급여에 거의 자정에 퇴근하는 생활을 주말까지 반복하다가 견디지 못 하고 이직했다.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요즘 개발자들이 가지는 불만이다.      


연구인력과 개발자 부족이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국내 종사자들이 바라는 흐름이 될 것이며 이공계의 위기라는 말도 점차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국제화된 시장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시장의 또 다른 선택은 해외 아웃소싱이다. 개발자는 부족한데 개발자의 인건비는 올려주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더 크다면 더 싼 개발자를 찾아 해외로 나가거나 저임금 외국인 개발자를 고용할 것이다. 이 경우 국내 인력의 박탈감은 더욱 커질 것이고 기존 종사자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경쟁력 기준이 국제화되면서 수요와 공급의 범위가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 시장으로 확장되었고, 부족한 수요를 국제적으로 공급받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요즘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현재 종사자가 바라는 수요 부족에 의한 인건비 상승보다는 해외인력 아웃소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은 해외에 공장과 연구단지를 설립하고 있다. 전자 기계 분야의 해외 진출이나 해외 인력의 수입은 이미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범위를 좁혀 IT 분야만 보더라도 이 흐름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LG CNS를 비롯한 정보통신 분야의 IT 대기업 역시 중국에 수 천 명의 인력을 지닌 사업본부를 운영하는 등, 좀더 저렴한 가격의 해외 인력으로 계속 대체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볼 때 이공계 출신의 대우가 크게 향상될 가능성보다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방에서 아이들 교육도 제대로 뒷바라지 못 하면서 반도체 휴대폰 개발에만 전념했던 중소기업의 직원들은 정부 정책에 울분을 토하며 한숨만 쉬는 등 최근 종사자들의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 한국이 이공계를 대우하지 않는다면 해당 분야의 소멸로 나타날 수 있다      


시장에 맡길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형태는 해당 산업의 축소 또는 소멸이다. 기존 종사자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산업에 대한 축소나 소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모시 잠사 가발 신발 산업이 소멸되었고, 이들 산업을 대체했던 전기밥통 전자레인지 등의 생활가전 생산공장도 해외로 이전되면서 해당 산업 종사자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가 줄면서 남아도는 인력으로 인해 인건비는 계속 떨어진다. 안 된 일이지만 이 경우 기존 종사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전업이다. 기업이 정치적인 논리를 고려해 잠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공장을 유지시킬 수는 있지만 적자 폭이 클 경우 손을 뗄 수밖에 없다. 결국 시대의 흐름을 읽는다면 공장폐쇄반대 투쟁보다는 전업 준비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잠사(비단)산업이 사라졌는데 잠사학과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컴퓨터공학과 지원 학생이 줄어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다면 결국 컴퓨터공학과를 없앨 수밖에 없다. 학문을 학문으로 보지 않고 산업적으로만 본다면 인터넷학과나 게임학과라는 새로운 과가 생기는 만큼 기존의 어떤 과는 지원자가 줄면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국가 입장에서 본다면 해당 학과와 산업을 소멸시키고 대체 산업군을 개발해 계속 자본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잠사, 모시, 가발, 신발산업을 비롯한 기존 산업군들이 소멸되는 대신 건설, 선박, 섬유, 화학, 생활가전 등의 신규 산업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돈을 벌고 새로운 종사자를 만든다. 신규 산업인 화학, 전자 분야의 매출로 쌀, 섬유 등을 수입한다. 지금은 화학, 가전, 건설 산업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의 신규 산업에게 주역의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또 몇 년 후나 몇 십 년 후에는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산업 종사자들이 쫓겨나고 우주산업, 관광산업, 실버산업, 금융산업 등의 다른 산업이 들어설 지 모른다. 지금은 휴대폰을 팔아 가습기와 장난감을 수입하지만 그때는 금융산업으로 돈을 벌고 휴대폰을 수입할 지 모른다. 수 십 년 전에 없던 전자산업이 새로 들어선 것이 당연한 것처럼 세월이 지나면 전자산업이 한국에서 사라질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처럼 제행무상은 우리의 삶에서 늘 발견되는 진리다. 한 왕이 "내가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도 자만하지 않도록 하고, 큰 슬픔과 절망에 빠졌을 때도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긴 반지를 가져오라"고 했을 때 신하들이 쓴 글귀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다."였다. 오늘날 이공계 학생이나 종사자에게 하고 싶은 말도 "이것 또한 지나가리다."다. '인생사새옹지마'라는 말을 되새기며 과거와 현재를 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기르도록 하자. 그것만이 자신의 미래를 밝혀줄 것이다.      


      
  
- IT야말로 인재들이 뛰어들어야 할 분야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공계 분야의 미래는 어떠할까? 좁혀서 말해 컴퓨터공학(CS)과 출신인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 분야의 미래는 암울한 것이며, 정부도 더 이상 IT 관련 학과에 좋은 인재가 들어오도록 지원할 필요가 없을까? 두 가지 이유로 IT 분야에 더욱 적극적으로 인재들이 뛰어들어야 하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첫 번째 이유는 IT 분야가 앞으로도 주요 수출 품목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IT 분야가 열정을 가진 인재가 도전하기에 가장 좋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수능 점수 상위권에 속하는 머리 좋다는 학생, 예를 들어 전국 등수 1만 등 내의 학생이 주로 지원하는 학부는 검사, 판사, 변호사, 의사, 한의사, 펀드매니저, 회계사, 국책은행원, 고급공무원 등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법학 의학 경영 학부다. 문제는 이들 직업이 100% 내수에 가까운 직종이라는 사실과 우리나라는 100달러 고유가시대에도 석유를 살 외화를 벌어야 하는 국가라는 사실이다. 정작 인재들이 필요한 분야는 기계나 신소재, 전자, 무역 등의 수출 분야인데 이들 직종에는 우수 학생이 거의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한때 선망의 학과였던 컴퓨터공학과조차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아 학부 인원이 크게 줄고 있을 정도니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속된 말로 전국 등수 1만 등 밑의 하위권 학생들이 외화를 벌어서 수능 상위권의 내수직종 종사자를 먹여살리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IT 분야를 포기하려면 대신 외화를 벌 산업이 필요한데, 성적 좋은 학생들이 몰려 있는 분야가 내수산업이라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오히려 IT나 전자산업 같이 외화를 버는 직종에 우수한 인재가 지원하도록 정부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이 IT 분야에 더욱 뛰어들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IT야말로 가장 적은 투자로 가장 큰 부를 가져다주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검판사, 의사, 공무원, 은행원이 아무리 잘 나간다 해도 1조 원은 커녕 백 억 번 사람도 나오기 어렵다. 하지만 IT 분야에서는 백 억 이상 돈을 번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초기 구성원 몇 명은 천 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꽤 많은 초창기 직원들이 배정받은 주식을 통해 수 십억 원 이상을 벌었다. 구글은 직원 수 백 명을 백만장자로 만들어주었다. 같은 머리 써서 겨우 억대 봉급쟁이에 만족하겠는가? 아니면 수 십 억에서 수 십 조의 부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해보라. 억대 연봉에 그치는 '사'자 직업만 볼 것이 아니라 IT 분야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는 IT야말로 큰 부를 가져다주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IT는 투자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지식산업이다. 급수 높은 바둑게임 하나만 잘 만들어도 돈을 벌 수 있는데, 바둑게임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투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해박한 실력과 프로그래밍 실력이면 충분하다. 주전자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수 십 개의 허가서류와 땅, 공장이 필요한 여타 제조업과 IT산업이 다른 점은 공장이 필요 없는 제조업이라는 사실이다. PC 한 대로 게임 만들고 내려받기(download) 형식으로 판매할 경우 공장은 물론 유통망도 필요 없다. 물론 덩치가 있는 업소용 게임기나 그래픽이 화려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만 장기, 카드 게임 같은 보드게임은 PC 한 대와 프로그램만 있으면 혼자서도 만들 수 있다. 웹사이트는 더욱 쉽게 만들 수 있다. 게임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나 화려한 그래픽 사운드가 없어도 된다. 그저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웹개발자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와 꾸준한 운영만 있으면 세계적인 사이트로 성장시킬 수 있다.      


사진에 꼬리표를 도입한 것만으로도 플릭커(www.flickr.com)는 세계적인 사이트가 되어 야후에 인수되었고, 즐겨찾기에 소셜북마크 개념을 도입한 델리셔스(http://del.icio.us/)도 세계적인 사이트가 되어 야후에 인수되었다. 이들 사이트를 인수한 야후는 학생 두 명이 창업해 세계 최초의 성공한 인터넷 기업이 되었다. 역시 학생 두 명이 창업한 구글(www.google.com)은 시가 총액 150조가 넘는 세계 최고의 IT기업이자 브랜드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역시 세 명이 창업한 유튜브(www.youtube.com)는 단 1년 만에 동영상 사이트 1위로 성장해 구글에 약 1조 5천억 원에 팔렸다. 창업자인 채드 헐리, 스티브 챈, 조드 카림이 수 천억 원을 번 것은 물론이고 20 명의 종업원도 각각 수 십 억 원에서 수 억 원을 벌었다.      


      


      
  
2004년 2월에 대학교 안의 SNS 서비스로 시작한 페이스북(www.facebook.com)은 2007년 최고의 사이트로 주목받으면서 약 15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페이스북이 세계 최고의 사이트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것은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의 머리 뿐이다.      


어떤 분야가 단 1년 만에 유튜브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의사, 판사, 은행원, 공무원이 이런 성공을 거두고 이러한 부를 만들 수 있을까? 현실에서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으며 앞으로도 일어나기 힘들다. 다른 제조업이 이렇게 빠른 시간에 성장하는 일도 거의 없다.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화공과나 약대 출신이 코카콜라를 뛰어넘는 음료수를 만들어 시장에서 1위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할 것이다. 일반적인 제조업은 맛 있는 음료의 발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생산하는 대규모 설비와 유통망을 갖추어야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천재라 하더라도 기존 기업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실패하기 쉽다. 반면 IT에서는 1년이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충분하다. 그것도 돈이 거의 들지 않고 창업자의 머리와 간단한 코딩만으로 가능하다. IT의 매력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IT야말로 머리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덤벼야할 가장 좋은 산업인 것이다.      


그러나 IT 분야가 대박을 낼 수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구글 창업자나 초창기 직원처럼 대박을 내는 경우가 일부인 점도 분명하다. 의사와 한의사는 대부분의 종사자가 높은 소득을 안정적으로 얻는 반면, IT 분야에서는 일부 성공한 사람만이 높은 소득을 얻고 나머지는 박봉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안정성과 확률을 따진다면 IT보다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안정성을 우선으로 하는 사람에게 IT는 맞지 않는 분야다. IT는 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인재에게 맞는 분야다.      


      
  
- 미래를 생각하면 좀더 멀리 봐야 한다.      


당장의 인기 직업만 따지는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래까지 멀리 보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지금은 의사 변호사의 수익이 더 좋고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20년 뒤에도 그럴까? 20년 전에 PD, 한의사 등은 인기 직종이 아니었다. 공무원도 적은 월급으로 대졸자에게 외면받았던 직종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인기 직종과 비인기 직종이 20년 뒤에도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지자체장은 투표로 뽑고 있다. 앞으로도 공무원이 철밥통일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몇 십 명만 합격하던 사법고시가 요즘은 한 해 천 명이 넘는 합격자를 쏟아내고 있다. 연수원 성적 상위권이 아닌 합격자는 검판사는 고사하고 법률사무소 취업도 쉽지 않다. 더구나 로스쿨이 도입되어 한 해 수 천 명의 변호사가 더 쏟아질 것을 생각해보라. 20년 뒤 변호사는 고소득 직종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과 고객 확보 영업에 의존해야 하는 피곤하고 평범한 직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의사 약사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비해 병원과 약국의 이익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불평이 늘고 있다. 의약분업과 병원 약국 대형화를 통해 의사와 약사도 월급쟁이로 전락하고 있으며 소득도 감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감기약 두통약을 할인점이나 슈퍼에서 판매하는 시대가 오면 더욱 소득이 감소할 것이다. 치과, 피부과, 내과, 성형외과 등은 아직도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는 것이다.      


소득이 높은 직종에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면 공급이 넘치고, 공급이 넘치면 소득이 떨어지는 것이 시장의 기본 원리다. 그러니 지금 인기 직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했다가 20년 뒤에 후회하지 말고 신중하게 미래를 봐야 한다. 더구나 우리 후배들은 매우 긴 시간을 노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성을 고려해 직업을 선택한다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나이에 따른 필요자금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 변화에 따른 직업의 소득 변화다. 우리 부모 세대는 고등학교 졸업 후인 20살부터 돈을 벌기 시작해 45~50살 정도에 아들딸을 결혼시키고 55세 쯤에 그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퇴임한 돈으로 집 한 채 더 샀다. 월세를 받고 결혼한 자녀로부터 용돈을 받다가 환갑 잔치 후에 돌아가시면서 유산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35년 동안 돈을 버는데 25년 동안 아이를 키우고 가장 연봉이 높은 마지막 10년 동안 저축한 돈과 퇴직금, 집 등의 여유 있는 자금으로 10년 정도 노후를 즐기다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맞벌이 없이 아버지 혼자서 돈을 벌어도 충분했다.      


그러나 486 세대인 우리 세대는 20대 중반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 요즘 45~50살이면 회사에서 쫓겨난다. 약 25년 정도 돈을 버는데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므로 30살 정도가 되어야 교육이 끝난다. 오히려 5년 정도 돈 버는 기간이 부족한 것이다. 노후 대책은 준비할 시간도 없다. 우리 세대는 평균 90살 정도는 살 것으로 예상되는데 50살에서 90살까지는 소득 없는 노인으로 살아야 한다. 결국 자녀 교육에 필요한 5년을 메꾸고 노후 대책을 준비하려면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 아내가 25년 정도 함께 번다면 5년을 메꾸고 20년 번 돈으로 부부가 40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학생인 후배들은 더욱 힘든 시스템에 살 것이고, 맞벌이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 사무직이나 은행원이 50세 이후에도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 수 있을까? 노후까지 고려한다면 오히려 미용사나 자동차 정비사가 더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다. 인생을 좀더 멀리 내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또한 직업을 정할 때는 경제적인 문제만 따질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이나 성취감, 행복감까지 고려해야 한다.      


      
  
- 세상은 엔지니어가 바꾼다. 창조하고 싶은 사람은 도전하라      


경제논리로도 매력적인 요소가 있지만 일이 주는 성취감까지 고려한다면 IT야말로 최고의 매력을 가진 분야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세상을 바꿀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유리공예 하는 사람도 창조적인 일을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무엇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보기에 좋은 제품을 시간 비례 노동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학도나 개발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무엇'을 만들 수 있다. 자동차, 컴퓨터, 휴대폰과 같이 손에 보이는 제품부터 인터넷, 리눅스, 야후, 구글, 유튜브, 리니지, 네이버, MP3 파일처럼 손에 보이지 않는 제품까지. 모두 엔지니어가 만들어 세상을 바꾸고 있는 '무엇'이다.      


때 문에 외국의 엔지니어나 개발자는 개발을 수행하면서 프로그램을 짠다고 말하지 않는다. 새로운 무엇을 만든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과 수학의 기초를 다진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엔지니어는 자신을 창조자라 여긴다. 프로그래밍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무엇을 만드는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목적을 위해 최적의 언어를 선택하거나 바꾼다. 이들이 만드는 무엇은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는 프로그램이거나 이메일로 간단하게 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거나 인공위성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그 무엇은 사람을 좀더 편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전에 없던 것이나 이전의 것을 개선한 것이다.      


그들은 남들이 하지 못 한 무엇을 자신이 만들기를 바란다. 바로 그 무엇을 창조하고 만드는 즐거움, 그 무엇을 만들어냈을 때의 성취욕이 그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세상을 바꾸는 웹부터 음악의 즐거움을 전하는 MP3P, 물로 가는 무공해 자동차,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소셜네트웍 등을 누가 만들었는가? 공학자 또는 개발자다. 앞으로 세상을 바꾸는 '무엇'을 또 누가 만들 수 있을까? 이 또한 공돌이라 부르는 공학도들의 몫이다. 한의사, 변호사, 검사, 은행원, 농민, 유리공예사, 미용사, 운전사, 소설가는 세상을 바꾸는 무엇을 만드는 창조자가 될 수 없다. 이들은 세상 운영에 필요한 쌀을 생산하고 나르고 돈을 만들고 계산하는 중요한 일을 하지만, 무엇을 만들 수 있는 창조자는 오직 공학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니 무엇을 창조해 세상을 바뀌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 또한 공학도만이 누릴 수 있다. 여기에 경제적인 부까지 획득할 수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다. 무엇을 창조하는 일은 나이나 신체적 능력과도 무관하다.      


그러니 이공계는 창의력 있다고 생각하는 인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 할 분야인 것이다. 더구나 자동차나 반도체, 화학처럼 거대 연구시설이 필요하지 않고, 달랑 PC 한 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분야인 컴퓨터공학과는 더욱 더 우수한 인재들이 탐을 내야 하는 분야다. 스스로 우수한 인재라고 생각한다면 PC 한 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컴퓨터공학과에 관심을 갖도록 하자. 그리고 이미 컴퓨터공학과를 다니고 있거나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다면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이 얼마나 멋진 길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때문에 당장은 비인기학과로 전락했지만 IT 분야는 비관적인 분야가 아니다. 물론 척박한 한국의 SW 환경과 인식을 생각할 때 한국에서 IT에 뛰어든다는 것은 고난의 길일 수 있다. 한국은 분명 SW산업 전반에 대한 인식이나 환경이 미국 등에 비하면 열악하며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IT창업 의지가 계속 줄고 있다. 더불어 IT에 대한 투자도 줄고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정부 지원, 제도, 투자사의 태도, 창업자들의 자질 부족, 대기업의 횡포, 단기간에 양산된 인력 등 다양한 문제가 얽히면서 현재와 같은 안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부의 각종 지원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개인의 자부심만으로도 버틸 수 없다. 밤샘 근무에 박봉에 시달리는 비인간적인 삶이 계속된다면 어떤 지원책도 무용지물이며 자부심도 소멸된다. 가장 좋은 구조는 많은 젊은이들이 IT기업을 창업하고, 그 중에서 세계적으로 성장한 좋은 기업이 많이 나와 투자와 우수인력의 유입이 느는 것이다. 즉 성공한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꿈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척박한 현실을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종사자 스스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한 예로 작년(2006)에 스탠포드 컴퓨터공학(CS)과에서 열린 40주년 기념식은 하나의 학과 출신들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스탠포드 CS과 출신을 보라. 최초의 검색엔진인 야후를 창업한 제리양(Jerry Yang)과 데이빗 필로(David Filo)부터, 썬(Sun Microsystem)의 공동 창업자중 한 명인 앤디 벡톨샤임(Andy Bechtolsheim), 실리콘 그래픽스와 넷스케이프 창업자인 제임스 클락(James H. Clark),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까지. 학문적으로도 큰 영향을 준 인물들이 많다. LISP를 만든 존 맥카시(John McCarthy), VMWare를 만든 메델 로즌블룸(Medel Rosenblum), 암호화의 대가 론 리베스트(Ron Rivest) 등의 수 많은 인재들이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세계를 바꾼 이들의 공통점은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라는 점이다.      


국내 코스닥 1위 기업인 NHN을 만든 이해진 사장과 포탈 2위인 다음 이재웅 사장의 공통점 역시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2006년 가을, 제주도에서 열린 '다음 라이코스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석한 일이 있는데, 행사에 참석한 이재웅 사장이 꺼낸 첫 마디는 "세상은 우리 엔지니어가 바꿉니다."라는 말이었다. 이들은 자신이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거나 적당히 돈 벌면서 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좀더 적은 노력으로 편하게 살 수 있는 직업이 널려 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무엇'을 만들고 싶은 사람, 창조자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사람,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하고 개발자의 꿈을 키워보기 바란다. 지금도 앞으로도 컴퓨터공학과는 매력적인 학문이며 매력적인 직업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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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피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