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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23. 19:49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자본가도 사람이도 노동자도 사람이다.

     

한겨레 기사, 공선옥 소설가

     

     

절규하는 사람들 옆에서 돈 잔치를 벌였다고 해서

그가 사람이냐고 나는 아직 묻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외부세력이면서 사람으로서 내부세력이다

같은 사람으로서 우리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하지 말자

     

지금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는, 첫 번째, 지상으로부터 35미터 크레인 위에 160일이 넘게 올라가 있는 김진숙이 무사히 땅으로 내려오는 일이다. 그리고 또 두 번째는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복직되어 공장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다. 한진중공업 경영자 조남호 씨는 지금 당장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을 땅에 내려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복직시키고 일부러 받지 않는 수주를 받고 공장을 정상 가동시키는 데 경영자로서 자신의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조남호 씨가 사람이라면 김진숙도 사람이고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경영자인 조남호 씨도 사람인지라, 지금 자신이 경영했던 회사의 크레인 위에 사람이 올라가 있는 사실이 괴로울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지금 자신이 경영했던 회사에서 해고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실 때문에 잠못 이루고 고민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왜냐하면 그도 사람일 것이기에. 남이 괴로우면 나도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 사람의 마음임을 그도 알 것이기에. 남이 괴로운데 나는 아무렇지 않다면, 옆에서 누군가 고통의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내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면 ‘나’는 과연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것, 그것이 사람이다.

     

조남호 씨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다. 그는 자본을 가지고 사업을 벌이고 자본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동을 하게 해서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한 다음 자신의 부를 축적해가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조남호 씨는 노동자들이 노동을 제공하지 않았으면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부를 축척할 수가 없었다는 말이다.

     

염치, 연민, 사랑, 우정… 사람 아닌 것들에는 붙이기 어려운 말들이다. 사람이기에 염치가 있고 사람이기에 연민을 할 줄 알고 사람이기에 사랑을 할 줄 알고 사람이기에 정을 쌓을 줄 알고… 그런 것이다. 염치를 아는 사람이기에 남에게 신세졌으면 고마워 할 줄 알고, 힘들어 하는 누군가의 고통에 공감하는 연민의 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는 자본가가 만든 일터에 들어가면서 고마운 마음으로 열심히 일할 생각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자본가 또한 그들이 내 돈으로 만든 회사에 들어와 준 것을 고맙게 여길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들이 없으면 무슨 공장, 무슨 회사를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람이 없으면, 노동자가 없으면,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공장이, 회사가, 사업체가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자본가나 노동자나 서로 ‘돈’을 좀 ‘만져보자고’ 사업을 벌이고 노동을 했던 것이 아닌가. 다들 한번 잘 먹고 잘 살아보자고 했던 일들 아닌가.

     

그러나, 때로 그러려고 했던 그 돈이, 사람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 믿은 그 돈이 사람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 지금, 그 돈이 없으면 자신과 가족의 생존이 위태로운 사람들이, 일하고 싶다고 절규하는데도 바로 또 그 돈이 아니라도 생존에 지장 없는 사람은(그리고 그 돈은 생존의 기로에서 절규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주었다!)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다. 아니, 귀를 막고 눈을 감았을 뿐 아니라, 생존의 기로에서 절규하는 사람들을 옆에 두고 배당금 잔치를 벌였다. 절규하는 사람들 옆에서 돈 잔치를 벌였다고 해서, 그가 사람이냐고 나는 아직 묻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도 끝끝내 사람일 거라고, 사람의 마음을 가졌을 거라고 믿고 싶기 때문에. 남이 아파하면, 나도 아플 줄 아는 가슴을 지녔고 남이 눈물 흘리면 내 눈에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는 사람일 것이기에.

     

     

     

     

     

     

     

우리 사회는 돈의 중요성을 중요하게 가르친다.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돈을 만들어 내는 ‘노동’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가르치지 않는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은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 먹고 사는 법을 더 가르치고 싶어 한다. 모든 돈은 노동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돈이 돈을 버는 그 속에서도 사람의 노동이 없으면 돈은 돈을 벌 수 없다. 이러나 저러나 돈은 노동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인 것이 확실한데, 어쩌자고 사람들은 돈만 보고 노동은 보려하지 않는가. 어쩌자고 학교에서는 ‘경제’는 가르쳐도 모든 경제의 근간인 노동은 가르치지 않는가. 어쩌자고 사람들은 ‘돈 잘 버는 법’ 알려주는 책은 사도 ‘기쁨을 느끼는 노동’을 알려주는 책은 사지 않는가. 어쩌자고 이 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만 되려고 하고 ‘노동하기 좋은 나라’는 되려하지 않는가. 어쩌자고 이 나라의 모든 돈 많은 집들은 자식들에게 ‘경영 수업’은 시켜도 ‘노동 수업’은 시키지 않는가. 어쩌자고 이 나라는 기업가 출신 대통령은 나와도 노동자출신 대통령은 나오지 않는가. 왜 어쩌자고 이 나라의 ‘노동’ 담당 장관은 한번도 노동자 편에 서지 않는가.

     

한진중공업에 갔다 왔다. 촛불을 들었고 ‘불법 건조물 침입’을 했다. 문정현 신부님, 백기완 선생님, 김여진 씨, 홍세화 선생, 박래군, 송경동 등도 함께 넘었다. 그리곤 오늘 소환장이 도착했다. 무척이나 기쁘다. 누군가는 내게 ‘투사’ 났다고 한다. 누군가는 그놈의 ‘노동자’, ‘노동조합’ 소리 지긋지긋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유럽에 가서 ‘한국’을 드높인 소녀시대를 보며 열광한다. 그러나 보라. 소녀시대라는 저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돈을 벌자고 그 아이들을 고용한 연예인회사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가. 그 아이들이 율동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다 노동이 아닌가.

     

돈이 그냥 돈이듯이, 노동은 그냥 노동이다. 돈이 소중하듯이, 노동 또한 소중한 것이다. 자본가도 사람이고 노동자도 사람이다. 김진숙이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160여일이 넘게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그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나 아닌 타인의 고통에 아파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한 내가 한진중공업에 갔다 온 이유도 다른 이의 고통에 내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한진중공업에 갔다 왔다니까, 날 보고 투사 났다고 하는 사람도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외부세력이면서 사람으로서 내부세력이다. 사람이라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그러니, 같은 사람으로서 우리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슬프게, 고통스럽게 하지 말자. 노동자들이 절규하는 세상에 같은 사람인 자본가가 나 몰라라 하는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자본가들이여, 돈은 당신들을 행복하게 해주겠지만 또 돈은 지금 당신들을 얼마나 흉하게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돈 없는데 노동 없고 노동 없는 곳에 돈 없다. 조남호 씨와 한진중공업 경영진들, 배당금 잔치하신 분들께 간곡히 말한다. 당신들이 가진 그 돈은 노동자들이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사람이다! 당신들은 그 돈으로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지금 나 아닌 다른 이의 고통에 눈물 흘리며 까마득한 상공에서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진숙은 돈 없이도 아름답지 않은가? 김진숙의 아름다움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진정 그렇지 아니한가? 당신들이 사람이라면, 다른 이의 고통에 눈물 흘릴 줄 아는 이들이라면 하루빨리 김진숙이 지상에 내려올 수 있게 하고 그러기 위하여 노동자를 복직시키고 공장을 정상가동하는데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그렇게 해야 당신들이 아름다워진다. ‘우윳빛깔 김진숙’처럼!

     

당신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또 다가오는 7월 9일 아름다운 사람 김진숙을 만나러 가는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2차 희망의 버스’를 탈 것이다. 사람의 이름으로 타고 갈 것이다. 그리고, 그를 만나러 가는 그 길이 여의치 않다면 다시 한번 ‘불법 건조물 침입’을 할 것이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할 것이다. 그 또한 사람의 이름으로!

     

     

(김진숙은 서형석 친구입니다. 경찰이 강제진압하면 크레인 위에 있는 진숙이는 한 가지 결단밖에 할 것이 없다고 합니다. 진숙이가 죽지 않고 내려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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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피안체